존디어, 트랙터가 아니라 솔루션을 판다




존디어, 농업 분야에서의 디지털 전환

존디어(John Deere)라는 기업이 있다. 1869년 설립된 농기계 및 건설장비 생산업체로, 말 그대로 미국 농업산업의 산증인이라 할 수 있다.


180여 년의 역사, 농기계라는 전통적인 산업, 게다가 제조업, 존디어를 보며 떠올리는 첫 느낌은 십중팔구 쇠락해가는‘ 올드’ 함일 것이다. 그러나 이 오래된 기업은 그런 이미지와 달리 누구

보다 왕성한 활동과 실적을 자랑한다. 2019년 32억 달러가 넘는 순이익을 올리는 등 글로벌 농기계 시장에서 부동의 1위를 지키 며 팔팔한 현역으로 뛰는 중이다.


전통산업의 오래된 기업인 존디어가 여전히 전성기를 구가할 수 있는 것은 디지털 전환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농업산업 또한 다른 산업과 마찬가지로 디지털 전환이라는 시대적 패

러다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기존의 많은 농기계 생산업체는 물론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한 경쟁자들이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농기계 시장은 심각한 경쟁구도를 그려왔다. 존디어로서는

극심해지는 경쟁을 이겨내는 동시에 전통산업으로서 디지털 전환에 성공해야 한다는 과제가 동시에 주어진 것이다.


이 과정이 순탄했을 리 없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세계적으로 대형 농기계 수요마저 줄어들어 2014년에는 생산라인을 축소하고 인력을 해고하는 등 위기를 겪었다. 그럼에도 그들은 도전을

회피하지 않았다. 존디어는 제품 생산 및 판매 중심의 기업에서 디지털 기술 중심의 플랫폼 기업으로 전환하는 동시에, 기존의일반소비자(B2C)와 기업소비자(B2B)를 한 데 묶는 개방형 통합

플랫폼을 구축하는 혁신적인 디지털 전환을 통해 글로벌 기업으로 다시 우뚝 섰다.


존디어는 오랫동안 시장의 강자로서 축적해온 다양한 농업기술, 농장운영 및 토질 자료를 디지털화하고, 이들 데이터를 바탕으로 2012년 클라우드 컴퓨팅 기반의 통합화된 농업플랫폼 마이존디어(MyJohnDeere)를 구축했다. 자사 제품라인을 비롯해 유통업자와 사용자의 디바이스가 통합화된 플랫폼에서 고객들은 농기계 사용에 관한 가이드를 받는 것은 물론 농업 생산성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도 있다. 마이존디어는 농장 수천 곳에서 가동되는 자사 농기계의 데이터를 수집한 다음 이를 분석해, 수확량을 높이려면 어떻게 농장을 운영하는 것이 가장 좋을지 고객에게 제안해준다. 농업에서 특히 중요한 파종기와 수확기에 예상치 못한 다운타임(downtime, 설비고장으로 주요 기계를 사용하지 못하는 기간)이 생기지 않도록 올바른 장비 사용법도 안내해준다. 농기계에 이상이 있을 것 같으면 미리 감지해 정비를 받을 수 있도록 알려주기도 한다.


이와 함께 팜사이트(Farmsight)란 서비스를 운영해 수많은 농장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토대로 어떤 작물을 어떤 토질에 심으면 좋은지 제안해준다. 고객들은 농기계에 부착된 센서에 많은 정보가 모일수록 자신에게 이롭다는 것을 알기에 적극적으로 데이터를 남기고 도움을 얻으며 존디어와 긴밀한 관계를 맺게 된다.


이들 플랫폼을 활성화하기 위해 존디어는 소프트웨어와 애플리케이션을 개발자와 기업에 오픈하여 상호 협력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존디어의 통합 플랫폼에서 생성되는 데이터는 외부 업체와 공유돼 새로운 앱을 개발하는 밑거름이 된다. 외부와의 제휴를 통해 새로운 디지털 마켓을 창출하는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데이터와 앱은 다시 다양한 생산 및 유통업체들과 공유되며 마이존디어가 형성한 농업생태계의 일부를 이룬다. 생태계 안에 들어온 고객은 언제 어디서든 손안의 디바이스로 생산, 운영, 관리 업무를 처리할 수 있고 공급업자들과도 연결될 수 있다. 이는 궁극적으로 혁신적인 운영비 및 노동력 절감이라는 가치가 되어 고객에게 돌아간다.


존디어는 이런 오픈시스템 형태의 플랫폼 비즈니스를 일반고객(B2C)뿐 아니라 기업고객(B2B)으로까지 확대했다. 농기계 및 건설장비를 보유한 업체들은 마이메인테넌스(MyMaintenance) 라는 모바일 앱을 통해 장비 점검을 비롯해 주문과 구매도 할 수있다. B2B 고객들의 장비 수리비 및 교체비 절감은 물론 마이존디어와 시스템을 통합하는 B2B2C 생태계를 만들어 고객들이 떠나지 못하도록 묶어두는 데 성공했다.


100년 넘는 시간 동안 존디어의 상징은 녹색 트렉터였다. 그러나 이제 농업인들에게 존디어는 트렉터 회사가 아니라 최신의 AI와 머신러닝 기술을 이용하는 IT 기술기업으로 인식되고 있다. 2017년 농업용 자율로봇 기술을 보유한 블루리버 테크놀로지 (Blue River Technologies)를 3억 5000만 달러에 인수하는 등 스마트팜을 선도하는 디지털 기술기업으로 전환하기 위해 새로운 역량 축적에도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출처 : 디지털로 생각하라